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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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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수있는 사람
2021.03.27 16:02
참 재수있는 사람
2009년 2월 25일 청도군 청도읍 원정 2리 599번지 마을회관에 이 마을에 사는 용산댁과 임당댁, 그리고 다른 할머니 세 분이 모여 앉았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다 화제가 집 지킴이 뱀을 잡고 망한 이야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아이를 가졌을 때 임산부가 짐승을 해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와 아이를 낳아 기를 때 뱀이 아이 입으로 들어가 결국 아이가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이때 용산댁은 계속해서 뱀, 노루 등의 짐승에게 해코지하여 잘 안 된 사람들의 실제 사례들을 들려주었다.
“우리 집안 아주머니가 빨래를 하다가 구렁이를 보고 끌어 던져 잡았다. 그 후에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의 형상이 꼭 뱀 같았다.” 이어 뱀을 낳은 죽천댁 이야기도 했다. “죽천댁은 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바위 밑에 고인 물을 먹었다. 그 뒤로 배가 불러왔지만, 임신을 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뭔가 달라 병원에 가 보니 배 안에 뱀 새끼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 뒤로 죽전댁은 아이를 더 이상 낳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임당댁이 자신의 외숙모 이야기로 반론을 제기했다.
“몰라, 우리 외숙모가 예수를 믿거든. 임신 중에 뱀이 방에 들어오자 우리 외할배가 아구 놔두라, 살리 보내라 해도 쫓아가서 때려 죽여버렸는데도 알라가 아무 탈 없이 똑똑기만 똑똑더라.”
듣고 있던 할머니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 집엔 참 재수있는 사람이 사는 갑다.”
“예수 믿는 사람이 되이께네, 그런 거 안 가리지.”
“그래 안 가려서 그런갑다.”
이상은 ‘한국구비문학대계’ 청도군 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17세기 영국 시인 밀턴(John Milton)의 서사시 실낙원(Paradise Lost) 제10편에는 하나님이 뱀의 죄를 판단하고 이렇게 저주를 내리시며 여자의 후손 예수그리스도가 사탄을 굴복시키기에 이른다고 적고 있다.
“너는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온갖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서 많은 저주를 받으리라. 너는 죽기까지 언제나 배로 기어 다니며 흙을 먹어야 하리라. 너와 여자 사이에, 그리고 네 후손과 여자의 후손 사이에 증오를 놓으리니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여자의 후손에게 네 머리를 밟히리라.”
성경 창세기 3장에 뱀의 꾀임으로 선과 악을 아는 금단의 열매를 먹은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 여호와 하나님이 여자에게 '네가 어째서 이렇게 하였느냐?' 하고 묻자 여자는 '뱀이 꾀어서 내가 먹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여호와 하나님이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짓을 하였으니 모든 가축과 들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지금부터 배로 기어 다니고 죽을 때까지 흙을 먹을 것이다. 내가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겠다. 여자의 후손이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며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임신하는 고통을 크게 더할 것이니 네가 진통을 겪으며 자식을 낳을 것이요, 너는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다'” (현대인의 성경 창세기 3:13~16)
https://blog.naver.com/kjyoun24/222289297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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